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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 이신은 모노가타리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끝없는 만담의 나열과 특유의 언어유희가 만들어내는 니시오 이신만의 독특한 즐거움이 마음껏 펼쳐지고 있다. 알 수 없는 늬앙스를 포함하고 있는 대사들이라도, 마니아가 아니면 알 수 없는 패러디나 단어들의 남발이 있더라도 전혀 문제시 되지 않는 특유의 속도감을 강화시켰다. 특히 이야기시리즈는 전편에 걸쳐 잡담위주의 대화가 오고 가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작품의 실제적인 사건의 진행은 분량에 비해 느릴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작하면 리듬을 타고 가속이 붙는 것처럼 속도감 넘치는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기묘한 느낌의 괴이라는 소재를 통해 주술적 느낌을 살려낸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를 작품 속 캐릭터들을 통해 다양하게 효과적으로 분산 배치 시켰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흥미를 끌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소재의 참신함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수많은 라이트노벨이나 환타지 만화를 통해 신선함을 잃어버린 세계관일지 모르지만 니시오 이신 특유의 끝없는 대화의 돌고 도는 나열과 말장난들의 향연이 작품을 읽어나가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자아내게 한다. 자칫 지나칠 정도로 무겁고 어두운 소재가 될 수 있음에도 특유의 속도감이 이 같은 어두움마저 날려버리고 만다.

심리적인 결핍 상태에 놓여 있는 불안한 소녀들은 기존의 특정 계층을 열광시키는 다양한 코드들이 삽입되어 탄생된 캐릭터들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네코미미, 츤데레, 로리콘, 안경, 거유 등 충성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캐릭터들의 속성을 부여하고 가장 Trend에 충실한 기호와 코드들로 캐릭터적인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동시에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 나타내는 캐릭터성은 고전적으로 표현하였다. 가장 단순하기 때문에 가장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캐릭터를 설정하였고 학원물의 컨셉을 취하면서 등장 인물들이 그려내는 감정의 파편들은 쉽게 공기를 공유할 수 있는 친숙함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이야기 시리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게 되고, 등장 인물에 열광하게 되고,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괴이라는 주술적 신비로움과 함께 능력자 배틀물의 컨셉을 취하면서 한층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끌어올렸다. 기본적으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형식에 있어서 어떠한 암시나 복선을 던져 주고 궁금증을 유발해 나가는 이야기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증폭 된다. 뿐만 아니라 권수를 더해갈수록 시리즈가 더해갈수록 점진적으로 말이다. 시간의 흐름이나 캐릭터들간의 관계가 이미 괴물이야기를 통해 거의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이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세계관 속에 흡수 되고 있을 뿐임에도 말이다.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에는 문체나 문장의 색깔도 있지만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고전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보다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다. “Boy meet Girl”이라는 학원물의 정석이 깔려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등장하는 멋진 정의의 기사”라는 가장 식상하면서도 언제나 두근거리게 만드는 공식에 충실하였다. 때로는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모습이 작품 전편에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다가 트렌디한 코드로 구성된 설정들로 구축 된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매력적으로 펼쳐내었다. 작품에 세계관이 다소 불친절하고 까다롭더라도 누구나 흥미진진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나열하였다. 니시오 이신이기 때문에 그리고 니시오 이신의 작품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납득 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니시오 이신이 선사하는 자레코토(희언-말놀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