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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더 크레이터 by TEZUKA Osamu

sungjin 2012. 1. 22. 13:11

©TEZUKA Production/학산문화사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인데다가 이미 만화는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테즈카 오사무는 단편의 명수이기도 하다. 특히 장편 연재뿐만 아니라 단편에서도 유감없이 빛을 발하는 작가의 재능은 어쩌면 한정 된 페이지와 주제 안에서 보다 치밀하게 펼쳐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만화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 단편집 ‘크레이터 시리즈’는 테즈카 오사무의 단편이 가진 매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록 지나칠 정도로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구성이나 스토리 전개에서 가끔 아쉬웠던 부분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부정적으로만 판단하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다양한 상상력의 매력이 담겨 있는 단편집이다.

본래 테즈카 오사무는 아동물에 뿌리를 두고 출발한 작가다. 때문에 정글대제를 비롯하여 아톰 등 수많은 소년만화의 걸작들을 남겼기 때문에 크레이터에서 보여준 내용들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지금에 와서 다시 한번 돌아보면 식상해진 소재도 보이고, 급작스러운 전개나 뜬금없는 작위성도 눈에 보인다. 오싹한 느낌은 좋지만 그 과정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경우도 있어 거장이라는 네임밸류에 비한다면 조금은 부족한 평가는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크레이터의 이야기들은 매력적이다. 인간의 어두운 단면들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가 보여준 상상력, 이야기, 연출은 분명 순간의 극적인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가 명확하다. 단편이라는 특성은 지면의 한계 공간의 한계를 지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장편만큼 복잡하고 치밀하게 짜기 힘들기 때문에 명확해야 하고,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밀도 있게 채워야 한다. 무의미한 컷을 넣는 순간 단편이라는 짧은 호흡이 늘어지고 이것은 바로 재미의 반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크레이터 시리즈에 대해 보다 다른 방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은 이유 역시 테즈카 오사무식 상상력이 단편에서 어떻게 발휘하는지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몇가지 아이디어와 키워드만으로 순간적인 이미지를 그려나가듯 크레이터에서 보여준 전개방식은 전체적인 구성의 안정감 보다는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과감하게 전개하였다. 만일 테즈카가 다른 단편들이 없이 오직 테즈카의 단편집은 ‘크레이터 시리즈’만이 존재한다면 작품의 평가는 부정적이겠지만 이미 다른 단편들을 통해 역량이 확인 된 만큼 보다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