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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좋은 사람

sungjin 2009. 12. 28. 23:08

©TAKAHASHI Shin/SHOGAKUKAN/학산문화사

볼 때마다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습니다. 조금만 현실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본다면 분명 환타지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웬지 모르게 이런 사람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타카하시 신의 ‘좋은 사람’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사람은 비단 저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사회는 냉혹하다고 합니다. 기업이라는 의미는 더욱 냉정한 입장을 취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큰 의미를 두곤 합니다만 여전히 기업의 가장 우선 순위는 사람들의 행복보다는 이익에 무게 중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점 때문에 이 작품이 기업형 환타지로 평가 받으며 부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더욱 가슴 깊이 와 닿기도 합니다. ‘키타노 유지’라는 ‘좋은 사람’이 작품 속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 키타노 유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사이엔가 작품을 보고 있는 우리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꾸어 버립니다.

현실적으로는 힘들겠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사람을 많이 만나길 바라게 됩니다. 아주 작은 친절에서도 진실이 담겨 있고 마음 속 깊이 와 닿게 만드는 키타노 유지 같은 사람을 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연 속에서 키타노 유지가 전해주는 훈훈함은 지면을 가득 채워 독자들의 마음까지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달리해도 이렇게 좋은 세상이 될 수 있고,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음에도 깨닫고 있지 못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살벌한 도심의 한복판에서도 정이 넘쳐 흐르는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잊고 있었던 기업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조직 사회에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좋은 사람’이 얼마나 세상을 따스하게 만드는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타카하시 신은 이 작품에서 어떤 작품보다 도심의 경치를 멋지게 그려내었습니다. 치열하고 살벌하게만 느껴지는 대도시의 고층빌딩의 화려함 속에서도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경치를 담아 낼 수 있었던 것은 타카하시 신 특유의 파스텔 톤의 컬러링이나 흑백의 펜선에서 담아내는 도시의 풍경을 통해 연출해내는 역량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치열한 기업의 냉정함마저 ‘좋은 사람’으로 녹여버릴 수 있는 키타노 유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흔히 ‘세상 살기 좋아졌다.’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이 말은 물질적 풍요나 생활의 편리함이 아니라 주변에 주인공 키타노 유지 같은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