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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와일드 어댑터

sungjin 2009. 12. 25. 16:26

©Kazuya Minekura/TOKUMA SHOTEN/학산문화사

와일드 어댑터는 미네쿠라 카즈야가 보여줄 수 있는 미장센의 집합체다. 우울하고 정제 된 듯한 도시의 이미지는 이제는 절정에 달한 작가의 펜선에서 극대화되어 보는 내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특유의 코드와 맞아 떨어지는 애절한 캐릭터 관계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는 이 같은 이미지와 시너지를 발휘하며 그 효과를 배가시킨다. 한 장 한 장 떼어내서 화보집으로 만들어도 손색 없을 정도로 한 컷 한 컷마다 높은 퀄리티를 선사한다. 그림이 예쁘다 아니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화풍이 뿜어내는 이미지와 작품 속 캐릭터가 엮어가는 이야기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최고의 비쥬얼적인 완성도의 정점에 위치시켰다.

폭력과 마약으로 얼룩져 있는 범죄의 도시를 무대로 펼쳐지는 와일드 어댑터의 이야기는 한층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한 컷 한 컷마다 펼쳐지는 시각적 미장센은 물론이고 등장 인물들의 대사 한 마디, 나레이션 한 줄 한 줄까지 탐미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다. 캐릭터와 작품 속 세계, 그리고 곳곳에 펼쳐지는 대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정적인 순간의 미학을 위해 작가는 만화라는 형태로 완성시켰다. 짙은 회색 빛과 같은 도시의 분위기는 감각적인 흑백의 펜선을 통해 와일드 어댑터의 어두움을 강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드는 독백과 나레이션, 잔인한 사건을 행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배여 있는 기묘한 부조화가 주인공 쿠보타 마코토를 고독하게 만들면서도 토키토의 존재가 가져오는 깊은 인연의 끈을 유지시켜 준다. 와일드 어댑터를 둘러싸고 조금씩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의 흥미진진함보다 오히려 캐릭터들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의 흐름에 더욱 깊이 있게 파고 들게 되며 인물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사건의 중심이 아니라 캐릭터 중심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이 작품은 최유기 때와는 달리 철저하게 그 수를 줄여 보다 깊고 강한 캐릭터 중심의 작품으로 연출해 나가고 있다.

순간의 가장 멋진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캐릭터를 배치시켜 영상미학을 추구하는 미네쿠라 카즈야는 이 작품에서도 우울한 잿빛 도시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깔고 극한의 정적인 화면의 영상미학을 보여주었다. 캐릭터의 이미지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내면을 파고들어가는 연출력은 더욱 깊이있게 연출되었다. 나레이션과 대사는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켰다. 밝고 유쾌함이 배제 된 채 어두운 이면, 아웃사이더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듯 하다. 밝은 분위기로 작품을 연출할 수 있는 작가임에도, 위트와 유머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작가임에도 이러한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시켜 시각적 미장센의 완성도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