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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버스달리다

sungjin 2009. 9. 21. 01:50

ⓒMizu Sahara/Shinchosha/학산문화사

버스정류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 중에서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도 만남이 이루어지지만 대부분은 처음 보는 사람, 그리고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스쳐지나가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생겨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사하라 미즈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되는 ‘마음’을 버스에 실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의 다양한 형태를 애틋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드는가 하면 안타까움을 담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기도 합니다. 기다림의 마음을 담고 간절한 소망의 바램을 그려내기도 하고, 좋아한다는 마음을 길게 돌아서 만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바램이 담긴 작은 소망의 마음들을 사하라 미즈는 애절하면서도 풋풋한 설레임을 간직한 이야기로 다가오게 합니다. 지난날의 추억의 앨범을 펼쳐보는 듯한 그리움의 마음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투명한 수채화 같은 사하라 미즈의 그림은 이야기를 한층 더 맑고 투명하게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아름답고 예쁜 이야기들이 모여서 수를 놓는 것처럼 작품 속에서 작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아름답게 그려내었습니다. 순수할 정도로 투명한 이야기들은 보다 투명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맑고 투명하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순수하게 받아들여지기 마련이지만 그 같은 이야기들이 이렇게 하나의 단행본으로 모여서 수채화 같은 투명감으로 표현 될 때에는 더욱 마음 속 깊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버스정류장에서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감정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좋아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어느 사이엔가 독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 채 떠나가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형태의 좋아하는 감정들은 가장 깊은 곳에서는 순수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투명한 감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