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바닷마을 다이어리

sungjin 2009. 5. 11. 15:57

©YOSHIDA Akimi/SHOGAKUKAN/애니북스


"혼자라고, 홀로 아프다고 느끼지 않기를..."


카마쿠라 바닷가 마을에서 펼쳐지는 네자매의 따스한 가족이야기를 그린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싱그러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한적한 마을의 그리움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조용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키듯 독자들의 마음을 적시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이 작품은 이제는 원숙함이 넘치는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 세계의 연장선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연출되며 작품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녀의 대표작으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바나나 피쉬’의 느낌은 조금씩 사라지고 야차나 이브의 잠으로 이어지는 치열하고 스펙타클한 사건의 거대함도 없어졌다. 때문에 그동안 그녀가 작품 속에서 보여주었던 섬세하고 감성적인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거대한 사건과 긴박하게 흐르는 이야기의 배제로 인해 더욱 돋보이고 있다. 마치 평소에는 미처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 듯 일상의 삶 속에서 반짝이는 감성들은 이 작품에서 한층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네 자매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각자의 삶의 이야기들은 서로간의 이해와 관계 속에서 조금씩 다가서고 감싸주는 포근함이 넘친다.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사건전개는 없지만 평화로운 마을의 소박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 친구들, 가족들 간의 이야기 속에서 사로를 감싸 안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평범하지만 당연한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한다. 한적한 골목길, 쉴 새 없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마저도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잊고 살았던 현대인들의 마음에 휴식 같은 평온함을 주고 있다. 담담하게 바라보는 것 같으면서도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캐릭터들의 내면을 묘사해내며 독자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온다.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네 자매의 이야기는 어느 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며 향수에 젖게 한다.

처음부터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다가서며 서로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 가며 서로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기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소중한 것이다.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 상처를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서 어느 틈엔가 빠져 버린 채 생활해 오고 있지는 않았는가? 이 작품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다시 한번 잊고 있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요시다 아키미가 보여주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카마쿠라 마을의 따스함과 함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