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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심야식당

sungjin 2009. 5. 5. 13:50

©ABE Yaro/SHOGAKUKAN/대원씨아이

밤 12시...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지고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것조차 불안해질 한밤중입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걸어다는 것조차 허용될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죠. 힘든 하루를 보낸 직장인들, 책과 씨름하며 집으로 돌아온 학생들도 슬슬 마무리 하며 잠자리에 들 시간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내일을 위해 하루의 피로를 풀며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말입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심야식당은 하루가 끝나고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 사이에 운영되는 작은 식당입니다. 다양한 메뉴도 없고 그냥 되는대로 주문하면 알아서 만들어주는 조금은 엉성한 식당입니다. 하지만 웬지 엉성해 보이는 이 식당에서 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귀 기울여 듣게 됩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입니다. 이른바 밤의 세계를 살아가는 분들이죠. 남들과는 다른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 탓에 사회생활 속에서 필연적으로 관계하는 여러 가지 것들은 다소 특이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삶의 이야기이고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입니다. 가족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아주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합니다.

식당에서 해주는 음식은 언제나 맛있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마치 음식의 맛과 인생의 맛이 일치되는 듯합니다. 김, 계란 젓갈 등 우리들의 식탁 위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음식들을 주문하고 먹으면서 들려주는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는 맵고, 쓰고, 짜며, 때로는 쓰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 인생의 단면처럼 말입니다. 동시에 이곳에서 주문하는 평범한 음식들의 맛이기도 합니다.

보잘 것 없는 음식이지만 웬지 이곳에서 시켜먹는다면 어떤 음식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야식당에서 제공되는 메뉴에는 평범한 가정집의 음식 속에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삶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