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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오오쿠(大奧)

sungjin 2009. 5. 5. 13:49

©Fumi Yoshinaga/SHOGAKUKAN/서울문화사

요시나가 후미 하면 흔히들 ‘야오이’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이미 동인지 활동에서부터 시작 된 그녀의 작품 활동은 프로에 와서 상업지에서도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야오이의 길을 걸어가며 특정의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특히 프로가 되고나서도 여전히 동인지 활동을 멈추지 않는 투철한 장인정신(?)을 보이며 편견 아닌 편견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야오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데뷔 이후 발표한 작품들을 보면 단순히 야오이 전문 작가로 치부하기에는 그녀가 가진 작가적 재능은 부러울 정도다. 뷰티풀 라이프 같은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의 감수성은 마음 한 켠을 잔잔히 울리는 진솔함이 묻어난다. 뿐만 아니라 소재의 특이성을 살려내는 센스와 스토리 전개의 완급 조절에서도 이제는 원숙한 여유마저 느껴진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오오쿠는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가적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바꾸어버린 발칙한 상상력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이야기의 재미를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설정을 이용해서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이며 이야기 구조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특유의 엉뚱한 상상력이 빚어내는 위트와 유머감각이 건재할 뿐만 아니라 웃음 속에서도 가슴 한구석에 여운을 남겨두고 갈수 있는 감수성이 녹아 있다. 단순히 설정의 독특함이나 소재의 특이성에서 기인하는 흥미 위주의 작품이 아니라 보다 다각적인 상황에서 접근하면서 이야기 진행의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적인 작품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으로 균형을 가진 여성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어쩌면 요시나가 후미이기 때문에 이런 설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작품을 풀어나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작품에서 보여주는 주제, 연출되는 상황, 순간순간 번득이는 센스가 적절하게 오오쿠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고 있다.

시대극에서도 요시나가 후미는 작품에 대한 흔들림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필연적으로 평가받게 되는 시대적 고증은 물론이고 시대의 모습을 남녀의 역전 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위트 넘치는 유머 속에서도 진지하게 풀어내었다. 권력이라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 권력자이자 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어두운 세계의 이면, 사랑 등을 실감나게 그려나간다.

좋은 작품임에도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편견을 가지고 작품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이라서 저평가 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작품에 대한 평가를 지나치게 높인 것은 아닐까?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주관적이기 마련이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요시나가 후미는 오오쿠에서 그 재능을 한층 더 성장시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