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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패셔넬라

sungjin 2009. 4. 3. 12:17

©Jules Feiffer/Fantagraphics/이숲

컷도, 말풍선도 없는... 적어도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다시 말해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만화에서 자연스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화적 구성 요소들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채 생략되고 배경하나 없이 인물들의 모습만 몇 개씩 나열 된 채 문장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이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사회의 모습을 비추고 독자들에게 생각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

지극히 단순화되고 만화화 된 그림,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단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간단한 말 한마디, 그림 한 컷으로 날카롭게 사회를 관통한다.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 사이에 필연적으로 차이를 두게 되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는 표제작 패셔넬라를 비롯하여 4살짜리 꼬마 아이가 군대에 입대하면서 겪게 되는 기상천외한 사회의 모습을 그린 꼬마병사 먼로 이야기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승부를 위해서 뛰어난 운동신경을 발휘한 한 평범한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다룬 해롤드 스워그 등 단행본에 수록 된 6편의 단편들은 줄스 파이퍼가 보여주는 만화의 즐거움을 마음껏 펼쳐내고 있다.

현재에 이 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에 더욱 더 파격적이고 실험적으로 보이는 작가의 연출은 가벼운 위트와 유머감각이 현재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의 단편들은 여전히 세월의 흐름에서 사라지지 않는 생명력을 보이고 있으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웃음들은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변함없이 통용 될 수 있었다.

줄스 파이퍼가 작가로서 높은 명성을 얻고 있고 그의 작품이 그토록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쉽게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를 통해 사실을 찾아내고 알게 되는 것과 작품을 통해서 가슴을 통해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것은 분명 차이가 크다. 그의 작품을 읽음으로 인해 그와 같은 이유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수많은 수상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고, 수많은 평론가와 독자들의 입을 통해 촌철살인의 사회 풍자로 멋진 위트와 유머의 즐거움을 전해준 휴머니스트라는 찬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직접 한편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큼 확실한 증명방법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