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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일본 만화 역사상 최초로 토리야마 아키라 원작의 드래곤볼이 일본 내에서만 누적 발행부수 1억권을 돌파하여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84년 일본의 주간 소년점프 51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연재 당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점프의 전성기를 주도하였으며 마인부우편에 접어들면서 마침내 1억권의 신화를 달성하며서 업계에 충격을 주었던 작품이였다.

이후 아키모토 오사무가 1976년부터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하였던 여기는 카츠시카구 카메아리 공원앞 파출소가 1억권의 신화를 이룩하였으며 최근에는 아오야마 고쇼의 명탐정 코난이 1억권의 신화를 이룩하였다. 그리고 순수 단행본과 관련 서적까지 합칠 경우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걸작 농구만화 슬램덩크가 전 31권에 새롭게 소장용 완전판으로 발행된 24권, 기타 슬램덩크 관련 서적까지 합치면 1억이라는 숫자에 도달할 수 있으며 작가의 사망으로 연재가 중단된 후지코.F.후지오의 도라에몽이 45권의 단행본과 장편시리즈, 기타 관련 서적까지 합치면 역시 1억이라는 수치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1억권의 신화를 이록한 작품은 바로 카리야 테츠와 하나사키 아키라의 합작 요리만화 "미식가"이다.

국내에서도 "맛의 달인"이라는 타이틀로 나와 있는 이 작품은 1983년 연재를 시작한 이후 꾸준하게 인기를 모으면서 마침내 1억권을 돌파한 작품으로 광대하고도 전문적인 요리의 세계와 음식문화에 대해서 일상적으로 그리고 알기 쉬우면서도 상당한 양의 정보를 전달해주며 그와 동시에 각각의 에피소드와 드라마를 통한 재미도 선사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원래 이 작품은 47권에서 완결될 예정이였으나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서 연재를 계속하며 현재에 이르게 된 작품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독자들에 의해서 1억이라는 숫자에 도달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소학관의 빅코믹 스피릿츠에 연재하였던 작품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드래곤볼이나 코치카메가 연재하였던 소년점프나 명탐정 코난이 연재하였던 소년선데이와는 달리 이 작품이 연재한 잡지는 28세를 표준 독자층으로 하고 있는 성인잡지이며 작품 역시 성인 일반으로 분류되어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일본의 샐러리맨 만화 인구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말해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소년점프의 주 독자층이 소년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점프의 독자 중에는 여성과 성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글 마지막에 추신으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리고 이 작품은 신에이 동화에서 애니로 제작하여 1988년 10월17일부터 1992년 3월17일까지 TV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어 평균 1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하였는데 이 작품의 TV 애니메이션의 시청률이 이렇게나 높았다는 것 역시 일본의 직장인들의 애니메이션 인구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잘 말해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참고로 맛의 달인 애니메이션은 세키 토시히코, 하야미 쇼, 사쿠마 레이, 이노우에 카즈히코 등 호화 성우진으로도 유명하죠.)

물론 이 작품이 이미 90권 가까이 발행된 상태에서 1억권의 신화를 이룩한 것은 30권대 후반에서 기록한 드래곤볼이나 40권대 초반에서 1억권을 돌파한 명탐정 코난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조금은 낮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성인 독자 위주의 작품이 이렇게나 오랜 세월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이러한 기록을 달성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에서는 이렇게 성인들에게도 꾸준한 사랑을 만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들에게는 부러운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PS 사실 소년점프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일본에서 여성들이 가장 많이 보는 잡지가 소년점프이며 일본의 성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잡지 중 하나가 바로 소년점프입니다. 이것은 소년점프의 발행부수가 워낙 많은데다가 다양한 계층을 공략하는 작품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소년점프에 연재하는 작품들은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 "중고생/일반"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 말고도 과거 점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코치카메나 캣츠아이, 북두의 권, 시티헌터, 로꾸나데시 블루스, 전영소녀, 죠죠의 기묘한 모험 등의 작품을 보더라도 단순히 소년지로서만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는 않는 다는 사실은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점프의 연재작들은 또 다른 성인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라 테츠오의 북두의 권과 호조 츠카사의 시티헌터는 코믹번치에서 "창천의 권"과 "엔젤하트"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세계관의 후속 시리즈가 연재되고 있으며 타카하시 류이치의 캡틴 츠바사는 영점프에서 "캡틴 츠바사 ROAD TO 2002"라는 작품으로 연재되고 있으며 유데 타마고의 근육맨은 플레이 보이에서 "근육맨2세"라는 작품으로 새롭게 연재되고 있습니다. 점프는 단순히 10년 20년 연재되는 장기 연재작만이 아니라 독자들의 요청으로 생명력을 갖게 되는 작품들이 많다는 사실에도 상당한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3.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