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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파레포리

sungjin 2008. 12. 9. 21:16

©USAMARU HURUYA/Ohta Publishing/ScienceBooks

파이를 처음 감상한다면 후루야 우사마루의 센스에 감탄하게 된다. 마리가 연주하는 음악을감상한다면 후루야 우사마루가 그려내는 풍부하고 방대한 세계관에 놀라게 되고 그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흡입력에 빠져들게 된다. 최강 여고생 마이(숏컷)를 감상하면 후루야 우사마루가 그려내는 초월적인 상상력과 잡학다식한 패러디의 결정판으로 이루어진 무시무시한(?) 재능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데뷔작 ‘파레포리’를 감상한다면 이후 후루야 우사마루의 작품은 너무나 평범해(?) 보일 정도로 파레포리에서 작가가 보여준 것들은 초월적 영역의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이미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더 이상의 찬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극과 극의 화풍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는 후루야 우사마루는 이 작품을 통해 미술과 만화라는 각각의 영역에서 최고의 재능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괴기스럽다. 알 수 없는, 아니 뭐라고 딱히 정의 내리기 곤란할 정도로 작품에서 보여지고 있는 것들은 차원을 넘어버린 곳에 위치하고 있다. 파격을 넘어선 실험성의 극단에서 온갖 패러디가 난무하고 있었다. 회화적 그림의 세밀함을 보여주면서도 과감한 만화적 생략을 돋보이게 하였으며 테즈카 오사무, 사자에상 등 만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다채로운 패러디에서부터 미켈란젤로, 피카소 등 미술사에 영역까지 만화적 세계로 끌여들여 작품을 완성해 내었다. 호러틱한 예고편의 본편은 개그만화였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연출로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과 파격적인 전개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하였다.

짧은 내용이지만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짧게 구성 된 4컷만화 한편한편이 예술성과 익살을 담아내었으며 각각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초월적인 세계를 구축해내었다.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면, 아니 이미 만화계에 물들어 버린(?) 후루야 우사마루 본인조차도 다시는 보여줄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