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넘버 파이브

sungjin 2008. 11. 6. 00:02

©MATSUMOTO Taiyou/SHOGAKUKAN/애니북스

넘버 파이브에서 마츠모토 타이요는 멸망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을 초월하는 신인류의 존재, 이상으로 상징되는 넘버 원과 자유로 상징되는 넘버 파이브,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자유를 위해 저항할 수 밖에 없는 인류의 반복되는 역사가 먼 미래 일정하지 않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동시에 마츠모토 타이요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멋진 그래피티의 향연 대신 고도로 추상적이면서도 압축된 배경들을 지면 위에 채워 넣었다. 마치 동화 같은 환상이 극도로 난해하게 나열되어 있는 듯한 몽환적인 그림들은 구석구석에 정보를 심어 놓았다. 특유의 장난끼 가득한 낙서야말로 이제까지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의 매력이였다면 이번에는 낙서를 이미지화시켜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이다!라는 느낌을 인식시키면서도 새롭고 신선할 수 밖에 없는 독특한 그림들을 상징적으로 연출해 내었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성장통은 이 작품에서 변주되어 전혀 다른 형태로 완성되었다. 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마음 속 깊이 다가오는 감정이 아니라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을 투영시켜 반복되는 인류의 모순된 역사의 순환철도를 그려내었다. 한 바퀴 돌고 나면 제자리인 것 같지만 한 계단 올라선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인류의 성장통을 멋지게 완성하였다. 마지막 장에 보여진 TV 연설문에서 나타나듯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과 개척의 의지로 이야기되는 인류의 방향성은 보이지 않는 한계 안에서 그것을 뛰어넘어 도약해 나아가는 인류의 성장통이다.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진 이 작품은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 전개에 등장하는 다양한 설정들이 한층 더 깊고 무게 있게 다가온다. 특유의 펜선이 자아내는 환상적인 스타일리쉬함이 더해지며 자칫 해석하기 난해한 작품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특유의 재기 넘치는 위트와 센스로 작품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지나치게 과감하다고 느낄 정도로 생략시켜 연출해내는 특유의 스피디한 연출은 상징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의 정적인 난해함이 함께하며 보는 이들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린다.

가상의 미래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인류의 성장통은 어쩌면 작가의 작품 세계 속에서의 또 하나의 성장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