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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넥스트월드

sungjin 2008. 10. 17. 15:55

©OSAMU TEZUKA/Tezuka Production/AK커뮤니케이션

미소 양국을 중심으로 대립 구도를 이루고 있던 냉전시대를 연상시키는 넥스트월드는 작품의 제목 그대로 다가올 세계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2대 강국의 대립 구도와 계속되는 핵실험과 국제분쟁 등 작품 속에 펼쳐지는 세계의 정세는 미소냉전과 핵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 최후의 날을 맞이하게 되는 인류의 운명 앞에 마지막에 이르러 “평화다 평화! 지구의 전쟁은 끝났다!! 인간만세!! 세계문화만세!!”미친 듯이 소리치며 어이 없을 정도로 황당하게 화해로 결론지어졌지만 작품 속 이야기는 두 강대국의 화해로 끝나지 않는다. 노아의 방주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인류의 존재의 이야기가 작품 속으로 배치되면서 이야기는 만화적 상상력이 극대화 된 황당무계함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다.

인류의 진화형으로 정의되고 있는 핵실험으로 인해 탄생 된 돌연변이 생명체 후우문은 인간을 휠씬 뛰어넘는 지능을 가지고 있고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다. 이들의 존재는 곧 다가올 인류 최후의 날을 대비해 인류에 대한 사명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동물 5만종과 식물 3만종, 인간 500명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계획을 실행하는 신인류의 계획이 노아의 방주와 다른 점이라면 후우문은 인간을 정복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테즈카 오사무는 후우문의 존재를 통해 인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동시에 인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멸망의 날이 다가오는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점점 혼란스러움으로 빠져드는 인간들의 모습 속에서 무의미한 분쟁은 여전히 계속된다. 폭동은 끊이지 않고 강대국간의 대립은 여전하다. 화해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파국의 양상을 띄게 된다.

결국 극적인 화해와 결말을 맞이하게 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느껴지는 위화감은 현재에도 여전히 날카롭게 파고 든다. 다가올 세계에 대한 섬뜩할 정도로 현실적인 반영은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넥스트월드는 가장 직설적이고 확실한 테마를 가지고 있는 작가의 근미래적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