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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메트로폴리스

sungjin 2008. 10. 17. 15:54

©OSAMU TEZUKA/Tezuka Production/AK커뮤니케이션

테즈카 오사무의 초기작들의 주인공들은 대체적으로 ‘이중성’을 기본적으로 안고 탄생되었다. 사랑의 존재로 태어난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로봇이지만 인간도 아닌, 로봇도 아닌 경계선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 철완아톰의 주인공 아톰을 비롯하여 인간의 말을 하는 사자로 태어나 인간 사회와 동물 사회의 중간에서 자기 희생을 통해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던 정글대제의 주인공 레오, 여자이면서도 남자로 생활할 수 밖에 없는 리본의 기사의 주인공 샤파이어 등 서로 다른 두 사회의 경계선상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고 두 사회의 조화를 위해 희생하기도 하는 모습은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에 일관적으로 적용되어 온 주제이기도 하다.

메트로폴리스의 주인공 밋치(티마)는 이러한 테즈카 오사무의 이중성을 대표하는 캐릭터의 원석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그렇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욱 잔인해지기도 하고 인간보다 더욱 따스한 마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평범한 인간으로 생활하던 나날들이 조금씩 파괴되어 가고 믿었던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인간에 대한 증오를 키워가던 티마의 모습을 통해 언급한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 속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작품이 그토록 많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메트로폴리스는 현재의 사회를 뛰어넘어 미래에 대한 투영을 훌륭하게 펼쳐낸 작품이기도 하다. 로봇의 반란, 메트로폴리스라는 가상의 미래도시의 화려함, 그리고 빽빽하게 들어찬 복잡함과 급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세계의 모습, 지구의 역사 속에서 인류가 위치하는 과정, 그리고 두뇌라는 인간의 가장 큰 무기가 만들어낸 ‘과학’의 발달로 인한 디스토피아적인 경고를 던져주고 있는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근미래적인 시각으로 날카롭게 묘사해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주제와 내용면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의 존재로 인해 필연적으로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갈등 구조, 거대한 힘으로 인해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의 암투와 집단간의 대립, 로봇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고 결국 인간에 대한 반란으로 이어지는 모습 등 이후 수많은 작품 속에서 반복되고 단골손님처럼 사용되어온 테마를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위치시키고 사건을 전개하였다. 무거운 주제,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철저하게 압축되고 밀도 있게 연출해내며 단권으로 마무리 되는 짧은 분량내에서도 탁월하게 마무리 하였다. 특히 자칫 작품의 무게와 방대함에 무너질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센스 넘치는 패러디와 까메오를 곳곳에 펼쳐보이며 만화적 즐거움을 더해주었고 작가 특유의 익살기 가득한 유머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작품의 무게에 침몰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재미를 주었다.

전작 로스트 월드에 비해 월등하게 세련된 연출과 높은 완성도는 작품에 대한 평가를 더욱 높게 하였다. 메트로폴리스라는 가상의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방대한 세계관과 디테일하게 묘사된 내부의 모습, 인간의 욕망과 탐욕, 한편으로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가의 시선, 주제의 무게와 깊이는 물론이고 현대 사회를 반영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탁월한 통찰력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