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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쓰쓰돈 돈쓰 돈돈돈쓰 돈돈쓰

sungjin 2008. 9. 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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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용/황매

박흥용은 이 작품을 통해서 아련하게만 느껴지는 과거의 흔적들을 마치 정밀 묘사를 하듯 사진에 가까운 느낌으로 재현해내었다. 단순히 과거에 등장하는 생활 풍경을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1969년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의 공간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 속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생활과 이야기들 가운데에서 박흥용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가슴에 스며든다. 이미 그림에 있어서는 절정에 달한 작가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시대의 공기를 지면 위에 불어넣는데 있어서 누구보다 탁월하게 연출해 내고 있다. 흙 냄새가 풍겨오는 아련한 그리움이 생생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그다지 큰 사건 없이 일상적인 시절의 생활 풍경 속에서도 인간미 넘치는 웃음이 가득하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리얼리즘은 작품 속에서 깊게 바탕을 깔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소리’로 대표되는 작품의 주제는 한층 더 깊이 있게 펼쳐진다. 지금은 지식으로나마 알고 있는 ‘모스부호’라는 매개체를 통해 원한이나 고통이 아닌 희망과 염원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정서인 ‘한(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가 하면 모스부호가 가지는 그 시대의 상징적인 모습을 통해 간소화되고 편리해지는 디지털 시대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

은연중 또는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의 과도기적 모습들이 소리를 매개로 전해온다. 영상매체가 아닌 청각적 매체인 ‘라디오’, 그리고 라디오 스피커에서 나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 온 동네를 거미줄처럼 연결시켜 놓은 모스부호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소리를 통해 그 시절의 풍경을 떠오르게 만들고,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었고, 정서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사진으로 찍은 풍경보다 더 실감나게… 디지털 기법을 활용한 채색과 기법으로 보다 실감나는 화면을 연출함과 동시에 그 동안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이어졌던 특유의 작가적 정신이 반영되어 있는 리얼리즘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고 세밀하게 연출되는 디지털 기법과 특유의 아날로그적 작업방식이 모스부호라는 소재, 소리라는 주제와 대비되어 있는 이 작품은 때문에 지금의 시대의 독자들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