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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빛 PHOS

sungjin 2008. 9. 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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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박흥용/황매

그리움 속으로...

박흥용의 빛PHOS은 빛바랜 사진을 펼쳐보는 듯한 그리움을 담았다. 한여름에 쉴새 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 푸르름이 가득한 시골의 모습, TV에 열광하고 홍길동과 요괴 인간, 태권 브이 등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채워져 있는 것만 같다. 비록 경험하지 못한(적어도 본인에 한해서는) 시대의 모습들이 담겨 있지만 그러한 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순수하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리움이라는 짙은 향수로 다가온다.

그 시절의 공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보는 이들에게 희미한 추억의 느낌으로 전해지고 있다. 친구들에게 인기를 모으기 위한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공통 분모처럼 삶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그려내었다. 이미 세월의 흐름은  TV 라는 존재를 당연하게 만들어 버리고, 수많은 놀이 문화와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어느 덧 현재의 우리들에게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모습일지 모르지만 작가는 하나하나 삶의 흔적들을 세밀하게 연출해내며 무의식적으로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그 시절의 숨소리마저 느껴질 정도로 함께 지내온 공기를 만들어내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TV의 인기에 지지 않기 위해 친구들을 모으기 위한 소년의 모습,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기 위해 사진 한 장에 담겨 있는 빛의 흔적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더듬어 가는 모습, 마을의 풍경과 거리의 모습, 곳곳에 숨어 있는 시대의 흔적들이 현재의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향수에 젖게 만들어 버린다.

마치 사진을 가공한 듯 디지털로 처리된 배경과는 대조적으로 인간적인 맛이 넘치는 박흥용의 선은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아날로그 시대의 그리움과 디지털 시대의 현대의 느낌을 동시에 살려내었다. 70년대의 그리움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의 세대에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는 느낌을 담았다. 빛 바랜 추억의 사진을 보는 듯 하지만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의 빛은 사라지지 않도록 그 시절을 살아온 세대의 공감대를 자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의 시간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그 시절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전해 질 수 있도록 하였다.

작품의 제목처럼 사진에 기록 된 추억의 빛을 가득 담았다. 언제나 변치 않는 빛바랜 추억의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감성의 반짝임이 잔잔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