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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제로(ZERO)

sungjin 2008. 6. 2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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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SUMOTO Taiyou/SHOGAKUKAN/애니북스

마츠모토 타이요의 제로는 고독하다. 아무도 느껴보지 못한 세계, 더 높게… 더 강하게… 함께 가고 싶은 누군가를 찾고 싶지만 결국 옆에 있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고독한 세계를 처절할 정도로 승화시켰다. 누군가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더라도 결코 갈 수 없는 곳에 오직 주인공 혼자만이 우뚝 서 있을 뿐이다.

권투는 주인공 고시마의 삶의 전부가 아니다. 단 고시마의 세계에 있어서 존재하는 것은 오직 권투 하나뿐 인 것만 같다.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권투에 대한 재능이 그를 사각의 링 위에서 만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동시에 넘치는 재능은 링 위의 균형마저 무너뜨리고 누구도 그와 함께 갈 수 없을 정도로 고립시켜 버리고 말았다.

광기에 찌들어 있는 링 위에서 마츠모토 타이요의 펜선은 더욱 강렬하게 펼쳐진다. 세상의 가운데에서 혼자서 외치는 듯한… 누구도 듣지 못하는 외침을 격렬하게 연출해 내었다. 정적이면서도 순간의 타오르는 느낌으로 그려나간다. 링 위에서 혼자만이 다른 세상을 즐기는 듯한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광기를 채워 넣고 처절한 고독의 세계를 승화시켰다. 놀라울 정도로 묵직하게 가라앉는 마츠모토 타이요가 그려내는 고독은 권투라는 스포츠가 가진 속성과 맞물려 여타의 스포츠물에서는 느끼기 힘든 고독의 세계를 완성시켰다. 함께 성장해 나가는 즐거움도, 정상에서 장렬하게 산화하며 카리스마를 남기는 카타르시스와는 전혀 다른 2권의 부제와도 같은 散華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에게도 이어지지 않고 혼자서 세상의 정점을 정복하고 저물어가는 순간의 장렬함을 담아내었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散華의 미학은 고독이라는 주제와 함께 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주인공 고시마가 보다 높고 강하게 멋진 세상으로 가고 싶어했다면 마츠모토 타이요는 보다 깊고 조용히 작품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작가 특유의 그래피티의 예술이 만들어 내는 장난기 가득한 스타일리쉬함, 정신없이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앵글과 특유의 과장과 초현실적인 화면이 자아내는 특유의 필치로 채워진 전형적인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이지만 작품 속에 담긴 주제는 어긋나 있다. 마치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들 중에서 혼자만 고독하게 다른 세계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다. 작품의 주인공 고시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