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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에 대한 잡담 두번째

sungjin 2007. 9. 9. 12:32
2005년 발표된 리본의 부수는 53만 7천 5백부이다. 한 때 200만부를 훌쩍 뛰어넘는 발행 부수를 자랑하며 소녀만화 잡지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이 잡지가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지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소년점프가 대형 히트작들의 잇단 종료로 라이벌 잡지인 매거진에게 잠시나마 왕좌를 물려준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리본은 그나마 가장 유력한 견제 세력이라고 생각했던 나카요시의 몰락을 지켜보는 사이 소학관의 챠오에게 No.1의 자리를 빼앗겼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챠오와 리본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성기 리본의 라인업은 대단했다.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초판 240만부의 신화를 이룩한 사쿠라 모모코의 ‘모모는 엉뚱해(마루코는 아홉살)’, 콩가루식 연애관 속에서 트렌드를 잡아내며 인기를 얻은 요시즈미 와타루의 ‘마멀레이드 보이’, 좌충 우돌 정신 없는 개그 속에 소녀만화 특유의 잔잔한 감동을 담아내었던 오바나 미호의 ‘아이들의 장난감’, 반짝임을 가득 담고 지금까지도 소녀만화계 아니 일본 만화계를 흔들고 있는 야자와 아이의 ‘내 남자친구 이야기’, 한결같이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미즈사와 메구미 최고의 히트작 ‘공주님의 리본’,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유명해진 아야하나 민의 ‘빨간 망토 챠챠’ 등 당시 소년점프에도 뒤지지 않는 막강한 작가진과 작품들을 가지고 있었던 90년대의 리본은 지금 생각해도 소녀만화의 드림팀이라고 생각 될 정도니까 말이다.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도 리본은 동급 최강의 잡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야자와 아이가 새롭게 창간 된 쿠키로 이적(?, 현재 쿠키에서 나나를 연재 중이죠.)하였고, 사쿠라 모모코의 모모는 엉뚱해(마루코는 아홉살)가 종료 되었지만 오바나 미호와 요시즈미 와타루 등 기존의 작가들이 여전히 활동 중이였고 타네무라 아리나 같은 새로운 신인들이 등장하면서 적어도 이렇다할 시노즈카 히로무의 미르모 퐁퐁퐁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네임밸류가 없었던 소학관의 챠오나 끝없는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던 나카요시에 뒤질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새롭게 리본의 에이스로 부상한 타네무라 아리나는 ‘달빛천사’를 연재하며 차세대 리본을 이끌 리더의 모습을 보였고 마키 요우코의 ‘사랑해 베이비’ 역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며 힘을 실어 주었다. 민트향 우리들을 제외하고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요시즈미 와타루는 ‘울트라 매니아’를 들고 나왔다. 오바나 미호와 미즈사와 메구미가 이전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쿠키로 이적하였지만 시이나 아유미, 아즈키 료 등 90년대에 비해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준수하다고 생각되는 라인이였다.

물론 발행 부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었지만 일본 잡지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를 걷고 있었고 리본의 경우는 90년대가 워낙 막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생각이상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이 때만 해도 챠오의 발행부수가 100만부가 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편집부가 너무나 발빠르게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은 아닐까?

타카스카 유에, 하루타 나나, 사카이 마유, 카무라 요우코, 마츠노 미카 등 새롭게 리본의 지면을 장식하는 신인들의 등장은 마치 소년점프를 보는 것만 같았다. 특별히 필이 팍!하고 오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리본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한… 작가만 바뀌었을 뿐 다채로워지기 보다는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느낌이 들었다.(물론 이것은 잡지를 보고 평가한 것이 아니라 단행본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긴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순정만화잡지는 소년지만큼의 시스템이 지배하는 구조는 아니다. 소년지처럼 작품은 알아도 작가는 누군지 모르기 보다는 작가를 알면 작품의 연결 고리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기존의 작가들에게 매달려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결과론이긴 하지만 어쨌든 현재 리본은 100만부에는 턱없이 모자란 발행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작가들이 리본에서 예전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타네무라 아리나나 마키 요우코를 제외하고는 리본의 신인들이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부록은 더욱 풍성해지긴 했지만 잡지는 다소 초라해진 듯한 느낌이다. 이케노 코이의 두근두근 투나잇이나 타다 카오루의 장난스런 키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후지이 미호나는 마가레트에서 활동 중이고 야자와 아이, 미즈사와 메구미, 오바나 미호는 쿠키에서 활동 중이다. 사쿠라 모모코는 소학관의 빅코믹 스피리츠에 신작을 연재 중이고 요시즈미 와타루는 레이디스 잡지인 코러스에 두편의 단편을 발표하였다. 타네무라 아리나의 신사동맹은 전작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마키 요우코는 사랑해 베이비 이후 징크스에 시달리는 느낌이다. 잡지 시장은 계속해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리본의 하락세 역시 계속 될 전망이다. 과연 리본은 부활할 수 있을까?

2006.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