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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드래곤볼

sungjin 2007. 9. 15. 23:45

©Akira Toriyama/SHUEISHA/서울문화사


수천권의 만화책이 빽빽하게 꽃혀 있는 책장에서 가끔씩 오래 전에 감상했던 책을 꺼내어 다시 한번 읽어나가면 처음 책을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 때는 참 재미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다시 읽으니 가슴을 가득 채우는 행복을 전해주는가 하면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의외로 재미없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감성은 어느 덧 어른이라는 자신의 모습이 소년시절의 느낌을 사라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내며 그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작품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꼭 이 작품만큼은 10년전에 읽었을 때, 20년전에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열광시켜 버립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이라는 작품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언급할 때에는 항상 순수하게 작품을 바라보지 않게 됩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화면 연출과 액션의 임펙트, 작품의 각종 상업적 기록과 사회 전반에 걸친 파괴력과 만화계의 영향력에 대해서 꼭 빼먹지 않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그것이 이 작품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드래곤볼은 이토록 대단한 작품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이 작품에 대한 지지가 당연시되는 것처럼 끌고 가곤 했습니다.

사실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할 것 없이 순수하게 드래곤볼에 열광할 수 있었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고 드래곤볼을 이야기하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재미있는 작품이기 때문이겠죠. 단지 그 재미가 너무나도 엄청났기 때문에 다른 어떤 작품보다 열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세대와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즐거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히트로 이어질 수 있었고,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며 드래곤볼을 보고 자란 세대들의 자식들에게까지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겠죠.

여전히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드래곤볼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긴장하게 되고 극적인 승리를 통해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두근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소년시절의 추억이 바래지 않고 이토록 반짝이는 그 시절의 두근거림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왜 재미있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굳이 설명해 나갈 필요가 있을까요?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드래곤볼이 훌륭하다.”라는 이야기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드래곤볼의 재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순수하게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즐거워 할 수 밖에 없는… 객관적인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할 때나 완성도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면 분명 드래곤볼은 약점이 많은 작품이고 여러가지 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러한 것들이 드래곤볼을 감상하면서 즐길 수 있던 것들을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음에도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최고로 치켜세울 수 있는 이유는 가장 순수하게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지지 않는 세월을 넘어서 전달 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다는 것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것은 분명 잘못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드래곤볼만큼은 예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만일 이 작품이 아무런 의미나 가치가 없이 재미만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이 당시 가져다 준 즐거움, 그리고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치 않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가득 채워지는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즐거움을 간직한 이 작품은 분명 다시는 느끼기 힘든 멋진 재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