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ef – a tale of memories

©minori/ef제작위원회

게임에 대한 평가와 애니메이션의 어중간한 방영시기, 그리고 원작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를 모두 풀어내지 못한 ef – a tale of memories는 1쿨의 짧은 TV시리즈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스토리 구성상의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구성력, 특히 실험적인 연출을 통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다.

짧은 분량 안에서 각각의 캐릭터 관계, 특히 치히로와 렌지의 관계를 중심으로 엮어낸 이야기는 13시간의 기억밖에 간직하지 못하는 소녀라는 설정이나 이야기 자체의 참신성은 눈에 띄지 않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마지막까지 무난하게 전개하며 무리 없이 깔끔한 결말을 맞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커플들의 이야기 역시 제한 된 분량 안에서 마무리 하였다. 물론 제대로 펼치지 못해 의문점으로 남게 된 캐릭터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캐릭터의 비중을 크게 축소시킴으로써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만의 독립적인 완결성이 돋보일 수 있었다. 게임의 발매시기와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기의 차이에 따른 과감한 스토리적 완결성은 뛰어난 작화와 작품의 이미지를 최대로 끌어내는 음악과 함께 높은 퀄리티로 완성되어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ef – a tale of memories에서 돋보이는 점은 비쥬얼적으로 실험정신이 가득한 시각적 연출 효과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으로 연출되고 있는 시각적 연출은 강렬한 색채대비와 스타일리쉬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온통 실험성 가득한 상징적 이미지들의 연출 효과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작품의 이야기 전개의 흐름을 조율하고 캐릭터들의 감정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특히 음악적 선율이 함께 흐르며 극적인 연출을 가능하게 하였다.

오프닝과 엔딩 구성, 오프닝 엔딩의 화면연출, 아이 캣치의 스토리적 구성과 타이틀의 절묘한 조합은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단순히 시각적 스타일에 그치지 않고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하고 작품 전체의 머리글자를 합친 오프닝 타이틀의 숨겨진 비밀을 조합하는 등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또 다른 사이드에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의 구성력을 돋보이게 하여 마니아적인 재미를 주었다.

줄거리만으로는 크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릴 수 없는 내용임에도 많은 이들이 감동받고 어떤 의미에서는 원작 게임을 훌쩍 뛰어넘는 평가를 끌어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원작 게임이 완결까지 발매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스토리적 완결성을 취하며 캐릭터 관계에 대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과도할 정도로 실험적 연출을 남발함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연출과 영상의 조합을 통해 극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내었다. 여타의 비쥬얼 노벨 계열의 게임 원작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ef – a tale of memories이 돋보이는 점은 게임의 방대한 분량을 압축하며 애니메이션에 맞게 구성하는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완성된 독립적인 작품으로 제작하는데 의지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보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연출하는데 주력하였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