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마스터 키튼

sungjin 2007. 10. 21. 17: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URASAWA Naoki/SHOGAKUKAN/대원씨아이

우라사와 나오키는 자신의 작품 중 상당수를 별도의 스토리 구성작가와 함께 작업하였다. ‘파인애플 아미’나 ‘마스터 키튼’처럼 표면적으로 스토리 작가를 명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몬스터나 ‘20세기 소년’처럼 스토리 구성작가를 숨긴 채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단독 이름으로 작품을 발행하며 작품 활동을 해온 적도 있다. 즉 그의 대표작 중 상당수의 작품들이 스토리 구성 작가와 함께 작업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우라사와 나오키를 반쪽 작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테즈카 오사무상, 소학관 만화상, 강담사 만화상 등 평생 한번 받기도 힘들다는 일본에서도 최고의 네임밸류를 가진 굵직굵직한 상을 수차례나 수상한 사실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 우라사와 나오키는 누구보다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 키튼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하면서도 가정에서는 불성실한 다이치 키튼의 이중적인 모습은 영웅적이면서도 서민적인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정치와 이념에 따른 국가적 문제에서부터 기업의 이해관계, 그리고 한 개인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건들을 다루면서도 치밀한 설정과 이야기 구성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언제나 잊지 않고 잔잔한 여운의 감동을 남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같은 작품의 매력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손을 거치면서 보다 생생하게 살아나기 시작한다. 우라사와 나오키는 이야기를 들려줌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들려 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설정된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하면 보다 극대화시켜 캐릭터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장면전환의 타이밍과 긴장의 끈을 연결시켜 나갈 때와 반전의 묘미를 정확히 짚어낸다. 이야기의 강약을 주고 호흡을 조절해 나가며 짧은 페이지로 마무리 되는 에피소드 내에서 기승전결을 명확히 지켜나가며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든다. 발단에서 가지게 되는 의문점들은 키튼이 단서를 하나씩 하나씩 찾아낼 때마다 놓치지 않게 된다. 위기에 빠졌을 때 순간의 기지와 아이디어, 그리고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 도구를 이용하는 맨손의 마법사 같은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게 되고, 폭넓고 다양한 배경지식에 탄성을 지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키튼의 어수룩하고 조금은 자격미달 같은 아버지의 모습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인간적인 맛을 잃지 않고 우라사와 특유의 진한 휴머니즘을 깔아놓았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쾌감을 선사하며 감동과 재미를 작품에 녹여놓았다.

아시다시피 우라사와 나오키는 스포츠물로도 인기와 명성을 쌓았고,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작품으로도 최고의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마스터 키튼이야말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우라사와 나오키, 그리고 과거의 우라사와 나오키를 이어줄 수 있으며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 세계, 그리고 작가적 재능을 모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