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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광화사 by 김동인

sungjin 2018. 11. 11. 21:17


인왕산에서 마주치게 된 동굴과 샘물을 감상하며 광화사의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솔거의 이야기로 이동된다. 신라시대의 화백 솔거와 같은 이름을 가진 조선시대의 솔거의 이야기가 무서울 정도로 강렬하게 펼쳐진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어머니, 그리고 누구보다 추악한 외모를 지닌 솔거라는 극단적으로 대비대는 인물 설정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추악한 외모 때문에 여성과 함께 살 수 솔거는 아름다움의 극치에 달하는 미인을 그리기 위해 화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상적인 미의 완성은 좀처럼 진도가 나아가질 못하고

 

예술의 완성을 위해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는 이야기, 광기에 물들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는 궁극의 예술의 경지, 자신의 천재성을 확인시키기 위해서는 세상이 정해놓은 경계선을 넘어서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의 전편을 향해 김동인은 다시 한번 독자들을 충격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든다. 결말은 언제나 파멸이라는 형태로 매듭지어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광기에 물든 예술의 완성은 짧지만 그 무엇보다 강렬한 파멸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의 전율은 광기가 아니라 미를 추구하는 순수함에서 흘러나오게 된다.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인류까지 멸망시키는 과학자의 모습처럼 오직 완벽에 가까운 미를 추구하기 위해 솔거는 미를 향한 순수한 욕망으로 채워버린다. 그 어떤 행위도 미를 위해 정당화시킬 수 있는 삶을 초월한 순수한 욕망은 그 어떤 감정도 허용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헤메던 아름다운 소녀의 만남은 결국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이 개입되면서 순간 완벽한 미는 흩트러지게 되고 솔거는 이것을 용납할 수 없게 된다. 그림이 완성되고 난 이후의 모습마저도 광기로 마무리 된다. 도달해야 할 목표에 도착함과 동시에 더 이상의 미학의 지향점은 없어지고 삶의 동력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처음부터 비극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은 예술을 통해 현실의 비극을 극복하고 싶었지만 결국 예술의 완성은 삶의 비극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의 궁극의 형태를 획득함과 동시에 광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 화가의 모습은 다시 한번 예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사회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게 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액자식 구조 안에서 가장 단순하고 대비되는 설정을 통해 강한 울림을 만들어 낸다. 때문에 감상하고 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머릿 속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게 된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광화사는 매혹적인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