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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내의 흔적을 더듬어가며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수수께끼를 간직 한 채 독자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의문점은 커져가고 이야기가 흐를수록 또 다른 수수께끼를 대면하게 된다. 마치 추리 소설과 같은 형식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면서도 철저하게 제한 된 정보만을 보여주며 해답을 알 수 없도록 전개해 나간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독자들은 진실과 마주치게 되고 오르한 파묵이 들려주는 검은 책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된다. ‘수수께끼를 담은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이렇게나 많은 터키의 모습을, 이스탄불의 모습을 담아 내는 것이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검은 책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게 된다.
‘자신이 되지 못한 종족, 다른 문명을 모방한 모든 문명,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행복해하는 모든 민족'은 몰락하고, 사라지고, 잊힐 운명이기 때문이다.
오르한 파묵은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수많은 터키의 모습, 이스탄불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홀수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과 동시에 짝수장마다 칼럼을 수록하여 ‘스토리→칼럼→스토리→칼럼→스토리’의 순서로 교차시켜 나가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터키의 모습, 이스탄불의 모습들을 삽입시켰다. 사라진 아내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이 이야기 조차도 터키의 전통적인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서 현대적으로 풀어서 새롭게 변형시킨 이야기이다.)와 다양한 형태의 칼럼들을 차례로 번갈아 수록하여 그들의 문화와 역사, 삶의 단면들, 전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에 정복되어 있는 것 같은 도시’로 표현한 이스탄불이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문화에 침범 당해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작가는 이스탄불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철저하게 밀도 높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콘스탄티노플, 비잔티움, 로마, 동로마, 오스만 투르크, 이슬람 등등… 동서양의 교차로에서 수많은 문화적 충돌을 경험하였던 터키, 보다 구체적으로 이스탄불만이 가능한 이야기,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그들만이 창조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고향에서 고유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어떤 것도 인생만큼 경이롭지 않아,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두 개의 큰 축을 따라 흐르는 이야기는 곳곳에 터키의 신화와 전설을 담아내었고 터키의 모습들을 재현하였다. 홀수 장으로 연결되는 경이로운 이야기는 짝수 장으로 구성 된 수많은 칼럼과 함께 흐르면서 결국 하나의 ‘검은 책’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고 터키의 모습을 책 속에 영원히 보존시켰다. “나는 회화적인 작가다.”라고 이야기하며 시각적인 인상을 텍스트의 형태로 담아내었으며 고유함을 간직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 있게 자랑 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오르한 파묵이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것은 행운일까? 아니면 이스탄불을 오르한 파묵을 만난 것이 행운일까? 오르한 파묵은 자신의 고향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까? 이스탄불은 오르한 파묵에게 감사해야 할까?
사실 이런 가정은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오르한 파묵은 터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었고 터키 역시 오르한 파묵을 통해 보다 많은 세계로 알려질 수 있게 되었으니 파묵과 이스탄불의 만남은 어떤 형태로든 필연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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