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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불새 – 야마토편

sungjin 2018. 11. 5. 12:44


여명편에서 설정상 이어지고 있는 야마토편은 지나칠 정도로 무거웠던 시리즈의 무게감을 다소 가볍게 만들고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물론 불새가 가진 상징성도 함께 가벼워지면서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도 여명편만큼의 점수를 주기는 어렵겠지만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순장의 풍습을 통해 인간사회의 어리석은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불새 연작 시리즈의 중간다리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작품이다.

 

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남녀의 이야기, 순장이라는 풍습에서 보여준 어리석은 생명경시의 문화, 권력을 둘러싼 인간의 욕심 등 야마토편은 불새의 존재를 제외한다면 사실 큰 특이점이 보이지 않는 시리즈다. 작가 특유의 익살스러운 연출이 함께 하면서 테즈카식 누더기 표주박의 철학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고 쉽고 편하게, 그리고 가벼운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야마토편은 이후 등장하게 될 봉황편의 시대로 이어지는 시대적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동일한 주제와 테마가 반복되지만 무게감을 덜고 시대적 모습을 묘사함에 있어 치열함보다는 시대적 배경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묘사해나가면서 불새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카지카와 오구나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머릿속에 남게 된다. 때문에 야마토편은 여명과 미래편을 통해 그 엄청난 무게감에 눌려있던 독자들에게 조금은 여유를 줄 수 있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시대적인 소품도 작품을 즐기는 재미를 더해주게 된다. 야마토, 고사기, 타케루, 초치검 등 이름만으로도 역사적 연관성을 떠오르게 만드는 소재들을 차용하면서 작품을 읽는 흥미도를 높여주고 있었고, 특유의 실험적인 연출과 유머러스함으로 만화가 전해주는 웃음의 철학을 잃지 않는다. 비극으로 마무리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지만 여전히 읽고 나면 정화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의 힘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야마토편은 여명과 미래에서 느끼게 해주었던 무게감은 다소 덜하다. 하지만 여전히 영원한 생명의 신비로움을 상징하는 불새의 테마를 간직하면서 계속해서 불새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다. 그리고 이후 불새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는 봉황편의 전초전격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서 시리즈 최고의 무대가 펼쳐질 수 있는 준비를 마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