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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감상을 떠나서 이런 소설은 굉장히 읽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누군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이 너무 많아요. 이중 두개만 읽고 싶은데 어떤 것을 선택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게 된다면 이 작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추천받지 않을까? 마왕, 사신치바, 골든 슬럼버 등 언제나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지닌 이야기를 바탕으로 퍼즐처럼 맞추어지는 이야기의 구조, 현실 위에 서서 발휘되는 상상력이 결합되면서 놀라운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것이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세계라고 한다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이제껏 느껴왔던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세계에서 한발짝 벗어난 곳에서 독자들의 머리속을 강타하는 대신 잔잔한 감성의 조각들을 맞추어 가면서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또 다른 작가의 감수성을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세계의 대극에 위치할지도 모르는 이 작품은 단순히 아사카 코타로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작형식의 단편 연애소설집이 아니라 인연의 교차점이 만들어가는 삶의 단편들을 통해 소설이라는 매체가 전해줄 수 있는 행복이라는 독서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지니고 있는 이사카 코타로의 또 다른 대표작일지도 모른다. 앞서 발표한 작품들이 취향 또는 선호도의 차이에 따라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 한다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라는 작품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세계에서는 블루오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며 이사카 코타로의 팬들에게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세계에 접근하길 꺼려하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즐거움을 전해 줄 수 있었다. 문장의 유려함이나 문장력이 돋보이지 않음에도 평범한 듯한 소재와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들이 대부분 다른 미디어와의 상용성이 좋기 때문에(“SOS 원숭이만 봐도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의 확장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다. 서유기와 손오공이라는 키워드 만으로 단순히 소설이라는 매체의 확대 생산이 아니라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사루와의 콜라보는 이제껏 시도되지 않았던 독특한 미디어믹스를 통해 거대한 신화적 세계관의 바깥에 위치하는 현대판 서유기를 완성하지 않았는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배경과 각종 설정이 퍼즐처럼 맞추어 질 수 있도록 이야기의 흥미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속도감을 살리는 느낌이 있다. 타 미디어 이식시 어렌인지를 위한 생략이나 각색에 대한 유연성이 좋고 까메오 등 스쳐지나가는 연결고리를 통해 마니아들을 위한 서비스도 아끼지 않는다. 때문에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작품 그 자체의 독립적인 소비도 있지만 이사카 코타로 월드라는 거대한 배경을 바탕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자연스럽고, 결국 일련의 세계관 속에서 이사카 코타로의 악스, 화이트 래빗을 감상하기 보다는 이사카 코타로 월드를 감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이사카 코타로 월드가 아니라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진부할 수도,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담백함에 취해 다시 한번 책 속에 빠져들 수 있는 연애 소설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낄 것이고, 이사카 코타로의 또 다른 신선함에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이 작품을 가장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이 작품을 탄생시킨 이사카 코타로 본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