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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베로스 시리즈는 오시이 마모루의 라이프 워크가 아니였을까

결과적으로 2018년 국내에서 인랑이라는 영화를 통해 케르베로스 시리즈가 재조명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오시이 마모루에게 있어서 케로베로스는 오시이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고 대표하는 세계관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견랑전설은 케르베로스 시리즈에서도 가장 많은 세계를 내포하는 있는 작품이다. 특기대의 탄생에서부터 멸망(해체가 아니라 멸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에 이르기까지 케르베로스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보다 넓은 의미에서 특기대와 수도경, 공안, 섹트로 둘러싸여져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그토록 외치고 싶었던 일본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자본과 스폰서라는 제약이 있었기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타협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 만화라는 매체에서는 보다 자유로울 수 밖에 없었고,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묵직하게 표현하였으며 사색적으로 흘러가는그리고 조금씩 침몰하는 작품으로 탄생될 수 있었다. 마치 철저하게 재미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실제로 그는 애니메이션 인랑 발표 당시 자신이 연출했으면 재미없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견랑전설은 무척이나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첫 에피소드부터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면서 주제의식을 펼쳐나갈 수 있었고, 시종일관 일정한, 그리고 미묘한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마지막까지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재미를 주었다.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인 접근과 세상에 대한 외침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높여주었고, 느리고 사색적인 이미지를 지루함을 더하기는커녕 보다 작품 속에 깊이 빠져 들 수 있는 매력이 될 수 있었다. 작품이 무거워질수록 침몰하는 듯한 전개는 결말과 어우러지며 최고의 시너지로 작용할 수 있었다. 작화를 맡은 후지와라 카무이의 역랑은 작품의 가치를 더욱 더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절정에 달한 작화력과 함께 드래곤 퀘스트에서 보여주었던 박력과 데자뷰에서 보여주었던 다채로움이 정제되어 견랑전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 것만 같다. 후지와라 카무이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오시이의 작품이 지면 위에서 극대화되어 후지와라 카무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다.

 

케르베로스 사가의 출발점이였던 붉은 안경이나 극장용 애니메이션 인랑이 케르베로스 사가의 일부를 발췌하였다면 견랑전설은 케르베로스 사가 그 자체나 다름 없었다. 거대한 조직과 사회를 펼쳐내었고 특기대원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마다 독립성을 지니고 있었고, 동시에 일련의 에피소드의 흐름이 거대한 이야기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영화 인랑이 어색했다면 아마 케르베로스 사가르 통해 오시이가 외쳤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였을까? 특유의 사색적인 이미지 속에서 조금씩 침몰해가는 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작품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견랑전설을 좋아하던 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낯설음이라는 감정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