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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닿을 수 없는 환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다. 비록 그것이 현실성을 가질 수 없더라도 말이다. 상상력의 바닥에는 언제나 과학이라는 강력한 현실을 버팀목으로 세우고 있기 때문에 희망의 씨앗을 남겨놓을 수 있는 마법 같은 소설이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죽음으로 채워져 있는 암흑의 우주의 바다에서도 희망을 채워 넣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상상력에서 탄생된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의 다음 세상으로 독자들을 인도할 수 있는 길라잡이이기도 하다. SF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SF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아주 작은 일상 속에서 대화를 통해서도 이 같은 희망을 심은 가능성을 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테드 창의 단편들로 구성된 SF단편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정말 멋진 SF라는 사실이다. 머나먼 우주저편에서 울려퍼지는 인류의 노래가 아니라 현재 우리들의 삶 위에서 울려퍼지는 미래의 가능성이 무한히 펼쳐진다. 언어학에서도 멋진 SF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고, 수학을 통해서도 멋진 SF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 종교와 신학을 통해서도 이렇게 멋진 SF를 펼쳐낼 수 있구나!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드넓은 우주의 망망대해를 개척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우리가 현재 딛고 선 땅 위에서, 그리고 우리가 생활하는 현재와 우리가 살아왔던 과거,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서도 변함없이 매료시킬 수 있는 미지의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한계가 없는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처럼 말이다.

 

한 편 한 편 간직하고 싶은 SF.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SF는 종교와 신학과의 멋진 만남이 있고, SF와 수학의 멋진 만남이 있다. 신화 속에서도 SF는 여전히 그 빛을 발한다. 특히 네번째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는 언어의 가능성을 무한히 펼쳐나가며 삶에 대한 긍정, 그리고 희망의 씨앗들을 채워넣은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하다. 과학 소설이라는 외모 속에 이렇게 따스함이 가득한 편지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이야기라는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류에 대한 메시지보다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였다. 사랑스러운 SF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였다.

 

과학의 발달은 보물섬을 멸종시켰다는 이야기를 종종하곤 한다.(여기서 말하는 보물섬이란 부와 재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꿈과 모험의 상징이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물리학의 법칙에 구속되어 많은 것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상상력의 결과가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SF에서는 반대다. 과학의 발달이 사라진 보물섬을 부활시켜 더욱 멋진 꿈과 모험의 세계, 미지의 세계로 안내할 수 있고, 무한히 펼쳐진 상상력의 세계를 가능성을 지닌 세계로 탈바꿈 시켜버린다. 절망도 희망으로, 죽음도 삶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SF가 지닌 본질적인 경이로움과 미래의 가능성으로 채워져 있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자아내고, 가슴 한구석을 잔잔하게 적실 수 있는 소설의 기본적인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는 소설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소중하게 느껴진다면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