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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토리노의 말 by 벨라 타르

sungjin 2016. 7. 13. 17:52

지독한 삶이여… 다시 한번

 

영화의 크레딧이 끝나고도 한 참 동안 머릿속을 맴돌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이 영화를 잊어버리기 위한 세월의 강은 상당히 깊고 넓어야 할 것이며 매우 길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극한의 영상미를 살리고 음악적 선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강렬한 화면은 흑백의 콘트라스트를 통해 더욱 더 깊게 각인 될 수 밖에 없었고, 장엄하게 흐르는 음악은 어느 틈엔가 가슴 속 깊이 스며들어 한없이 아래로 침몰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황량한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람과 바람에 날리는 흙먼지를 배경으로 극한의 지독함만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 속 깊이 묵직하게 파고 들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쥐어 짜낼 것도 없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일까?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건져 올릴 수가 없었다. 아니 건져 올릴만한 것이 없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일어나서 식사를 한다. 양동이에 물을 길어오고 마구간을 청소한다. 마차를 타고 외출을 해야 하지만 극심한 바람에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오른팔이 불편한 아버지와 딸을 중심으로 이웃집 남자가 방문하고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떠돌아다닐 수 밖에 없는 집시들이 왔다가 쫓겨난다. 이미 외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보급은 어렵고, 식량은 점점 줄어든다. 우물의 물도 말라버렸고 술도 떨어졌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해도 지독한 바람 때문에 고립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들의 마지막은 소멸, 파멸, 종말 등으로 상징 될 수 밖에 없는 결론으로 도착할 수 밖에 없다.

 

삶이다. 삶의 모습 그 자체다.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하루하루 삶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독한 삶 그 자체다. 태어나서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지독한 삶이다. 부녀의 하루하루는 그렇게 지독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절망을 향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6일을 열심히 살았으니 7일째는 안식을 취하라고? 아니 그들에게 7일째는 종말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하기 보다는 지독한 삶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아무런 가감없이 어떠한 은유도 없이 메타포를 감추지도 거대한 알레고리를 복잡하게 형성하지도 않고 묵직하게 직구를 던져며 독자들에게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마지막까지 황량한 곳에서 지독할 수 밖에 없는 마지막을 향할 수 밖에 없는 반복되는 삶에 조금씩 균열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자신도 어느 새 막막함에 막혀버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식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하루하루 삶의 생존을 위한 몸무림을 하는 것 조차도 벅찬 우리들의 삶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