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쓰쿠모주쿠(九十九十九)

sungjin 2016. 1. 23. 11:55

 

쓰쿠모주쿠를 읽는 내내 빨려 들 수 밖에 없었다. 마이조 오타로의 환각이 다시 한번 강력한 힘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흔한 말로 약빨고 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과감함을 넘어 극한의 상상력이 도달한 곳에서 환각 같은 상상력이 펼쳐진다. 니시오 이신이나 사토 유야, 서브컬쳐의 영향력하에서 태어난 작가들의 경향이 극단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이조 오타로는 그 중에서도 단연코 돋보인다.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보는 사람들마다 실신시켜 버리고 마는 탐정 쓰쿠모주쿠의 이야기를 이렇게 충격적으로, 이렇게 어이없을 정도로, 그리고 이렇게 황당할 정도로 마무리 짓다니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페이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식간에 읽어나갈 정도로 재미있게 들려주다니

 

모든 가능성 수용한다. SF, 환타지, 미스터리, 서스펜스 등 캐릭터 소설을 완성함에 있어서 장르적 특성을 모두 수용하고 허구의 힘을 극대화시킨다. 상상으로 모든지 가능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엉터리라는 단어조차도 쓰기 곤란할 정도로 혼돈의 장 속에 독자들을 몰아넣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모든 가능성을 개방한다. 논리적 완성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교하게 짜여진 퍼즐을 푸는 것이 아니다. 시공간을 넘어선 물리적 세계만이 아니라 신의 세계까지 작품의 세계관을 펼쳐낸다. 끊임없이 확장해 간다. 캐릭터 소설의 무한한 확장은 단순히 미디어의 확장에 그치지 않고 동일한 매체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다른 작품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간다. 작품 외적인 요소를 포함하여 보이지 않는 재미를 새롭게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확장되어 가면서도 계속해서 재생산 된다. ‘JDC’의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작가들의 콜라보가 이루어지고, 트리뷰트가 이루어지고 결국 마이조 오타로의 쓰쿠모주쿠라는 엄청난 작품의 탄생까지 이어지게 된다. 프로와 아마추어 순문학, 장르문학 할 것 없이 서브컬쳐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생산되는 와중 마이조 오타로 스타일의 쓰쿠모주쿠는 가장 돋보이는 “JDC”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며 서브컬쳐의 캐릭터 소설의 잠재성을 폭발시킨 작품이다.

 

7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각각의 독립적인 성격을 지니면서도 종속적인 성격을 지니며, 상호 순환적인 고리를 만들어 간다. 1부의 이야기는 2부에 흡수되고 2부의 이야기는 3부에 흡수된다. 5부는 4부보다 먼저 등장하고 마지막 7부 역시 6부와 역전 된다. 그리고 여기서 각각의 이야기는 종속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순환구조를 지니게 되고 메타픽션의 메타픽션을 취하면서 한층 더 혼란스럽게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게 된다.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도 소설과 현실의 경계마저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를 숨겨 놓으면서 마이조 오타로식 스타일을 완성해 나간다.

 

쓰쿠모주쿠는 기본적으로 세이료인 류스이와 JDC에서 시작 된 작품이다. 하지만 마이조 오타로의 환각은 이마저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마이조 오타로식 환각으로 펼쳐내었다. 모든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모든 가능성을 수용하고 확장하면서 서브컬쳐에서 태어난 캐릭터 소설의 가치는 일반적인 작품의 평가 기준으로 가늠할 수 없는 형식으로 완벽하게 매료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