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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은하패트롤 쟈코

sungjin 2015. 9. 20. 14:01

 

 

토리야마 아키라가 대단한 점은 억지적인 설정이나 작위적인 연출도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설령 순간적인 오류가 발생하게 되더라도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면 그걸로 독자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심지어 작가가 스스로 실수했다!’라고 이야기해도 너그럽게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 토리야마 아키라의 작품 속에서는 무엇이든지 가능하고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하패트롤 쟈코는 처음부터 토리야마 월드- 드래곤볼에 많은 빚을 지고 출발하게 된다. ‘드래곤볼의 프리퀄이라는 설정을 부여함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드래곤볼로 이어지는 토리야마 월드를 완성할 수 있었고, 오직 그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디테일하게 검토하게 되면 드래곤볼이라는 엄청난 작품에 큰 실례를 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큰 문제없이 어느 틈엔가 자연스럽게 드래곤볼의 세계관 속으로 스며들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 작품은 토리야마 아키라의 후기 단편인 마인촌의 부블, 코와, 카지카, 토키메카, 우주인 페케, 샌드랜드 등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주인공과 악당, 그리고 조력자들의 캐릭터 맵은 마치 복사해서 변형만 했을 정도로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으며 특유의 센스나 개그감각 역시 동화적 상상력과 정석적인 스토리라인을 따라 흐르는 듯한 느낌이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작품 세계에서 그나마 이질적인 드래곤볼이 아니라 일반적인 토리야마 원작극장같은 분위기 속에서 유쾌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밝혀지는 한 두 가지 설정만으로 자연스럽게 드래곤볼의 프리퀄의 위치를 획득할 수 있었고 특별 단편을 통해 드래곤볼의 프리퀄이라는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별도의 독립적인 단편이면서도 너무나 쉽게 얼렁뚱땅 은하패트롤 쟈코는 드래곤볼의 프리퀄적인 이야기가 되고 말았고 드래곤볼의 새로운 극장판 공개와 맞물려 홍보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작품임에도 은근슬쩍 드래곤볼의 세계 안에서도 활동하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쟈코의 이야기는 토리야마 월드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질 수없었던 드래곤볼마저도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고 토리야마 아키라의 만화가 가지고 있는 재미의 힘이 무엇인지 증명시켜준 것이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작품이 시대의 흐름에 관계없이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 토리야마 아키라의 이야기가 특별나게 재미있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설령 실수가 있어도 용서하고 너그럽게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확인시켜준 것이다.

 

독자들은 은하패트롤 쟈코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면 결국 드래곤볼로 생각이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한차례 닥터슬럼프와 드래곤볼의 세계관을 연결시킨 바 있었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토리야마 월드로 확장시키면서 독자들을 여전히 두근거리게 만들 수 밖에 없는 마법 같은 만화를 토리야마 아키라는 드래곤볼 종료 이후 20년만에 새롭게 독자들에게 선물하였다고 한다면 너무나 지나친 억측이고 과장된 평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