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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sungjin 2014. 8. 22. 22:49



독서는 이제 막 생겨나려고 하지만 아직은 아무도 뭔지 모르는 어떤 것을 만나러 가는 거예요…”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게 될까?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은 도대체 어디까지 경이로움을 선사해 주는 것일까? 우주만화를 읽으면서,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으면서, 존재하지 않는 기사를 읽으면서 매번 경이로움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언급하게 된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를 읽으면서도 경이로움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 작품을 읽으면서 경험한 독서의 특이성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소설의 영역이였고 새로운 가치를 느끼게 해주었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소설의 가능성, 이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차원으로 안내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프롤로그만 존재하는결말을 생략한 것도 아니고 1장만 존재하는 열 편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놀라운 형태로 완성해 낼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열 편의 소설을 삽입시킨다. 그것도 도입부만, 그리고 삽입 된 소설들을 액자의 내부로 위치시킨 후 액자의 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위치시킨다. 그런데 조금씩 혼란스럽게 독자들을 유도하기 시작한다. 액자와 틀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기 시작하고 거대한 수수께끼를 배치시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시점을, 인칭을 넘나들며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과 기묘한 교감을 하기 시작한다.

 

삽입되어 있는 이야기는 매번 중단된다. 그러나 불연속적이 될 수 밖에 없는 10편의 이야기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형태로 결합되기 시작한다. 거대한 미스터리를 잊혀지고 생각하지도 못한 결말에 당황하기 보다는 작가의 장난질에 속절없이 당하게 되는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웃게 된다.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까지 작가의 유희에 놀아날 수 밖에 없는 탁월한 독창성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동시에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소설을 읽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독서의 가치를 두지 않고 독서라는 행위 자체로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소설에 대한 탐구를 하면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소설을 통해서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아도 재미있는 소설이 무언지 보여주었다. 줄거리가 없어도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소설이 있다는 것을 증명시켜주었다. 읽어나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독서의 방법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으로 오직 소설만이 전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전해준다. 이탈로 칼비노이기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경이로움으로 다시 한번 매료당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왜 우리는 소설을 읽게 되는가에 물음에 해답은 없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탈로 갈비노 같은 작가들에 의해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