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교차된 운명의 성

sungjin 2014. 8. 22. 22:21



당신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이해하고 계신가요?’라고 묻는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게 된다.

 

소설이라는 형식의 가능성을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서 새롭게 펼쳐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전달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교차된 운명의 성은 작가는 타로트 카드와 크로스워드의 특징들을 소설을 통해 결합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완성한다. 타로트 카드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을 매체로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무한히 엮어나갈 수 있는 타로트 카드의 상징성을 개별적으로 연상시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또 다른 타로트 카드를 교차시켜가며 또 하나의 이야기들을 교차시킨다. 마치 크로스워드를 풀어가면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듯 타로트 카드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면서 하나씩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단 크로스워드처럼 1차적 의미를 끝을 내지는 않는다. 보다 넓게 확장시키고 보다 다양하게, 보다 풍부하게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는 활용성을 획득할 수 있는 소설로 완성시켰다. 몇 번을 읽어도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몇 번을 읽어도 작품 속에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보물들이 남아 있다고 느낄 정도로 칼비노는 타로트 카드와 크로스워드의 특징을 활용하여 소설 속에서 흥미롭게 펼쳐내었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이 신선하고 독특하게 상상력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알지 못했던 타로트 카드에 대해 찾아보게 되고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이야기의 흐름과 타로트 카드의 배열을 확인하게 된다.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난 이후에 다시 한번 처음부터 책장을 넘기게 된다.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이건 무슨 뜻이지? 이 이렇게 배열된 이야기였구나! 등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느껴지고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게 된다.

 

언제쯤 내가 이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게 되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을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탈로 칼비노가 완성해낸 타로트 카드와 크로스워드의 소설화는 끝없이 반복되는 고리이기도 하지만 무한이 뻗어나갈 수 밖에 없는 경이로움으로 채워진 작품이기 때문이다.